빛의 잔상과 불안의 구조를 응시하며
나는 개인적인 불안의 감각을 통해 도시를 바라본다. 도시 공간은 단순한 외부 풍경이 아니라, 나의 존재를 반사하는 내면의 거울처럼 작용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감각하고 응시하는 행위 안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상태이며, 도시의 질서와 균열 속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불안은 그 구조를 응시하는 시선과 존재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감각이다. 나는 이 감각을 통해 현재를 인식한다.
빛은 나에게 도시를 인식하게 하는 감각의 매개이자, 회화의 주된 언어다. 반복적으로 새겨지는 인공의 빛, 창 너머로 스며드는 조도, 스쳐 지나가는 불빛의 잔상은 도시의 물리적 구조를 넘어, 비물질적인 감정과 기억을 불러내는 장치가 된다. 나는 이 빛을 화면 위에 중첩하고 해체하며, 감각과 구조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회화는 나에게 하나의 실재인 동시에 환영이다. 나는 단순한 재현을 지양하고, 환영의 층위에서 주체가 감각하는 방식을 포착하고자 한다. 나의 회화는 풍경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선의 흔적이며, 감각의 진동이며, 존재가 공간 안에서 경험한 불안의 발현이다.
이 불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층적으로 축적된다. 도시의 리듬, 건축의 패턴, 밤마다 반복되는 빛의 규칙은 주체의 내면에 정서적 지층을 형성하며, 회화는 그것을 응시하게 만든다. 나는 회화 안에서 이러한 시간성을 재현하는 대신, 감각의 흔적과 정서의 밀도를 화면에 구성함으로써 시간의 물질화된 감각을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는 회화의 방법론과 그 한계를 자각하며, 회화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와 표현의 가능성을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환영 사이에서 탐색한다. 2차원의 평면 안에서, 감각과 구조가 교차하는 회화적 실험을 통해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한다.
결국 나의 작업은 풍경과 주체, 실재와 환영, 물질과 비물질 사이에서 존재를 감각하고 응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탐구다. 그리고 이 탐구는, 바라보는 이의 시선 속에서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