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텅빈풍경 작업노트

 

 

 현실에 존재하는 나는, 내가 바라보는 풍경 안에 존재하고 있지 않는다는 공허함이 늘 함께한다. 공허한 심리는 불안한 정서를 야기하며 그런 현실로부터 도피하듯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그 세계는 현실을 닮아 있지만 곧 실제 현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분리된 듯 겹쳐 보이는 이 두 세계는 결국 나에게 신기루와 같은 환영과 실제의 경계에서 현실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며 존재에 대해 탐닉하게 한다.     

 

ᅠ 본인은 회화의 조건을 통해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탐색한다. 작업은 광학적인 디지털 매체의 컬러 이미지를 인쇄매체를 통해 물질로 전환하는 과정을 따른다. 캔버스 위에 에어브러시와 인쇄한 미디엄을 가위나 칼을 사용해 픽셀과 같은 작은 단위로 분절하고 콜라주하여 물감/빛을 대신하고 이미지를 표현한다. 물질성으로 측량할 수 없는 대상인 빛을 질료 삼아 그 양을 개념적으로 계산하여 입체감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즉, 비물질적인 빛을 2차원적인 평면에 물감을 대신한 물질성으로 3차원의 입체감(오브제)을 취한다. 그 위에 여러 번 덧입혀진 바니시의 투명한 코팅 막은 보조제로서 역할도 하지만 투명한 유리창과 같은, 또는 광학적인 오브제로서 조건을 목적한 장치이다. 이런 바니시의 투명한 코팅 막은 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았던 본인의 특별했던 경험의 특정성을 포함하는데, 관람자는 투명한 코팅 막과 가늘게 잘라 붙인 오브제의 물질성을 통해 이미지의 환영에 적극적으로 개입되지 못하는 간섭을 받으며 회화의 환영과 실재의 세계를 구별하도록 장치하여 본인이 느꼈던 현실에 대한 심리적 경험을 대치하였다.  ᅠ

 

 본인은 회화의 방법론을 탐구하고 그 한계 안에서 유의미한 조건을 살피며 또 다른 내재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2차원적인 평면 안에서 회화의 확장 가능한 회화적 실험을 전개하고자 한다.

 

 

 

2017.03 한조영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