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풍경 작업노트
현실에 존재하는 나는, 내가 바라보는 풍경 안에 존재하고 있지 않는다는 공허함이 늘 함께한다. 공허한 심리는 불안한 정서를 야기하며 그런 현실로부터 도피하듯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그 세계는 현실을 닮아 있지만 곧 실제 현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분리된 듯 겹쳐 보이는 이 두 세계는 결국 나에게 신기루와 같은 환영과 실제의 경계에서 현실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며 존재에 대해 탐닉하게 한다.
ᅠ작업은 캔버스 위에 에어브러시와 인쇄 매체를 콜라주 하여 평면회화를 전개한다. 인쇄 매체는 광학적인 디지털 매체의 컬러 이미지를 접착력이 있는 스티커용지 위에 인쇄한 것이다. 이것을 가위나 칼을 사용해 픽셀과 같은 작은 단위로 분절하여 빛을 재현한다. 이런 방식은 물질성으로 측량할 수 없는 대상인 빛을 질료 삼아 그 양을 계산하여 입체감으로 나타내는 행위를 통해 구현된다. 즉, 비물질적인 빛을 2차원적인 평면에 물감을 대신한 물질성으로 3차원의 입체감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그 위에 여러 번 덧입혀진 바니시의 투명한 코팅 막은 보조재로서 존재하지 않고 투명한 유리창과 광학매체를 대신한 물질로 조건을 취한다. 이로써 관람자는 바니시의 투명한 코팅 막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는 경험을 하며, 이미지의 환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공간의 분리를 의도한다. 이러한 시도는 원근법적 환영으로부터 벚어나 극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반복적인 행위와 회화의 또 다른 물성과 맞물려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시도한다.ᅠ
본인은 회화의 방법론을 탐구하고 그 한계 안에서 유의미한 조건을 살피며 또 다른 내재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2차원적인 평면 안에서 회화의 확장 가능한 회화적 실험을 전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