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view
"Darkview"는 세상에 대한 극도의 공포와 내 존재의 미약함이 겹쳐져 심리적 공황상태를 느꼈던 어느 한 순간의 체험에서 시작된 시리즈 작업이다. 그날 나는 이 거칠고 삭막하고 잔인한 도시에 홀로 내버려졌다는 불안과 고통 속에서 창밖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순간 창밖 대상들 하나하나의 존재감, 움직임은 싸그리 사라지고 오로지 빛과 검은 배경만 남는 환각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맨 정신이었고 나에게는 늘 낯설고 이질적인 섬이었던 도시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반문했다. 어둠을 배경으로 간신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은 빛들이 발산하는 구조신호는 모든 "나"같은 존재들의 외침으로 들렸고 나는 가늘게 잘라 붙인 무수한 스티커들로 그런 미약함, 간절함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어둠의 힘을 보존하고 싶었다.
거대한 도시의 야경은 매혹적이면서 동시에 공포를 발산한다. 도시는 외로운 사람들 하나하나를 무의미한 개체들의 집합으로 쌓아가면서 빌딩을 올리고 그들을 이리저리 싣고 나르고 버리고를 반복한다. 수평적인 빛의 흐름으로서의 도로이건 수직적인 빛의 축적으로서의 빌딩이건 어둠 속 빛들의 살아있음의 흔적은 외롭고 쓸쓸하게만 다가온다.
도시는 언제나 나에게 가상세계, 살아있음이 너무나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사이버 세계였다. 굳이 미래세계가 아니어도 말이다. 도시는 분명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나의 그림 속 도시는 내가 체험하는 도시의 모습처럼 비현실적이고 개성과 차이가 사라진 무차별적 공간이다. 도시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나를 다른 세계에서 "유배당해" 이곳에 버려진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내몬다.
이미지의 결정체이자 모든 존재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매개체로서의 빛을 통해 도시의 입체감과 크기를 드러내고자 했다. 빛을 매개로 작게 규격화된 인간 존재의 왜소함 내지 쓸쓸함을 표현하려는 나의 시도는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반복적인 행위로서의 나의 스티커 붙이기가 갖는 의미와 맞물려 극대화된다. 화면을 작은 스티커들로 메워나가면서 도시를 구축하는 나의 방식은 그리기로서의 회화에 대한 나의 오래된 욕망 내지 숭배감으로부터의 일탈이다. 언제까지 이런 "무의미한" 채우기를 계속할지는 모른다. 단 나는 어느 날 밤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압도한 이 차갑고 낯선 도시에 대해 한동안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임은 알고 있다.
2007. 한조영
